
뇌졸중은 겨울 병이라는 말, 저도 당연하게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발병률이 겨울보다 여름에 더 높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폭염 속에서 어지럽고 말이 꼬이던 순간들을 그냥 '더위 먹었나 보다'로 넘겼던 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이번에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뇌졸중이 겨울 병이라는 상식이 왜 틀렸나
일반적으로 뇌졸중은 기온이 낮아지고 혈관이 수축하는 겨울철에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여름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식, 절반만 맞습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뉩니다. 여기서 한국인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동맥경화성 뇌경색은 오히려 무더운 여름에 더 위험합니다. 동맥경화성 뇌경색이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 척추동맥, 중간 대뇌동맥 같은 큰 혈관의 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막히는 질환을 말합니다.
기온이 오르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집니다. 혈압이 낮아지면 동맥 끝쪽으로 혈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원위부 혈류 부족 현상이 생깁니다. 여기에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서, 즉 피가 끈끈해지면서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혈전이란 혈관 안에서 굳어버린 피 덩어리로, 이것이 혈류를 타고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과 비교해보면 더 와닿습니다. 지난여름 외부 미팅을 연달아 다니다가 갑자기 앞이 핑 돌고 두통이 왔을 때, 저는 그냥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 넘겼습니다. 당시에는 냉방병이거나 과로라고 생각했는데, 그 증상이 일과성 허혈 발작이었을 가능성을 지금은 완전히 배제하지 못합니다. 일과성 허혈 발작이란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회복되는 상태로, 뇌졸중 환자의 20~30%가 본격 발병 전에 이 전조증상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졸중 발생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뇌졸중 환자의 약 70%가 앓고 있으며, 조절되지 않을 경우 뇌경색 위험이 최대 5배 상승
- 당뇨 및 고지혈증: 동맥경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대사성 질환
- 흡연: 비흡연자 대비 뇌졸중 발생률 약 2배 증가
- 심방세동: 심장에서 혈전이 형성돼 뇌로 이동하는 심장 색전성 뇌경색의 주요 원인, 정상인 대비 뇌경색 위험 5배 증가
- 여름철 탈수: 혈액 점도 상승으로 혈전 형성 촉진
전조증상을 놓치는 이유, 그리고 골든타임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무섭습니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은 잠깐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그냥 넘깁니다. 운전 중에 말이 갑자기 꼬였던 적이 있습니다. 피곤해서 혓바닥이 굳었나 싶어서 그냥 넘겼는데, 그것이 언어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은 반신마비, 언어장애, 의식장애, 시야장애,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입니다. 반신마비란 얼굴 또는 한쪽 팔다리가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사라지는 증상입니다. 어지럼증이 동반되면서 복시가 함께 나타난다면 뇌졸중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복시란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가 진단법도 있습니다. 양쪽 주먹을 꽉 쥐었을 때 한쪽 힘이 덜 들어가는지,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30초 버텼을 때 한쪽이 뒤집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 방법을 알고 나서 저는 가끔씩 해봅니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라 부모님께도 알려드렸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골든타임입니다. 급성 뇌경색이 발생하면 발병 후 4시간 30분 이내에 정맥 내 혈전 용해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혈전 용해술이란 막힌 혈관 속 혈전을 약물로 녹여 혈류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입니다. 큰 혈관이 막혔거나 발병 6시간 이내라면 동맥 내 혈전 제거술, 즉 가느다란 관을 혈관 속으로 넣어 혈전을 직접 꺼내는 시술도 가능합니다. 이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장애 발생 가능성이 2.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여름철 뇌졸중 예방, 실제로 뭘 바꿔야 하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식단이나 운동을 조정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가 추가 위험 요인이 된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분 섭취가 핵심입니다. 탈수로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혈전 형성이 쉬워지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운동은 아침이나 저녁처럼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하는 것이 좋고, 운동 중간중간에도 수분을 보충해야 합니다.
식습관 측면에서는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화지방산이란 육류의 기름진 부위, 버터, 치즈, 햄, 베이컨,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에 많이 포함된 지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반면 등푸른 생선, 올리브오일, 들깨기름, 견과류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은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동맥이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뇌로 보내는 혈관으로, 목 양쪽에서 맥박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혈관입니다. 경동맥의 내막과 중막 두께가 1mm를 넘으면 동맥경화로 진단되며, 직경이 50% 이상 좁아지기 시작하면 뇌졸중 위험이 본격적으로 올라갑니다. 6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 요인을 복합적으로 가진 경우에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집에서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법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 즉시 119에 연락한다
- 환자를 편안하게 눕히고 꽉 조이는 옷을 느슨하게 해준다
- 구토할 경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 입으로 물이나 음식, 약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재활 치료는 발병 직후 3개월 안에 가장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4주 이내에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장애 없이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부모님이 "요즘 좀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고 하실 때, 저는 그냥 보양식이나 드시라고 했습니다. 뇌졸중은 겨울에나 걸리는 병이라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그 상식이 틀렸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오늘 당장 부모님 안부 전화 한 통, 그리고 저 자신의 물 한 잔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건강에 이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