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육이 빠지는 게 그냥 '나이 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서른여섯이 될 때까지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허벅지 탄력이 눈에 띄게 줄고, 계단을 오를 때 무릎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면서 이게 단순한 피로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감소증은 노인성 질환이 아닙니다. 30대부터 이미 시작될 수 있는, 그리고 지금 제 이야기일 수 있는 경고입니다.
내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 알아채고 있었나요
혹시 최근에 이런 경험을 하신 적 있으신가요? 앉았다가 일어설 때 다리에 힘이 없어서 한 박자 늦게 일어난다거나, 작은 턱에 발이 걸려 휘청한다거나. 저는 그게 그냥 피곤해서라고 넘겼는데, 그게 바로 근감소증의 초기 위험신호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근감소증 진단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의심, 가능, 확진 단계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악력 검사와 종아리 둘레 측정인데요. 악력(握力)이란 손으로 쥐는 힘을 의미하며, 단순히 손의 힘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팔 전체와 몸통 근육 상태까지 어느 정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남성 기준 28kg 이하, 여성 기준 18kg 이하라면 근감소증 가능 단계를 의심해야 합니다.
종아리 둘레 역시 중요한 지표입니다. 65세 이상 남성을 기준으로 종아리 둘레가 33cm 이하라면 전신 근육량 감소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종아리 둘레는 단순히 그 부위 하나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 몸 전체 근육량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줄자를 꺼내 재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0대인데도 생각보다 수치가 작다는 걸 발견하고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근감소증 위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항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6개월 내 이유 없이 넘어진 적이 있다
- 계단을 오를 때 한 계단씩 힘들게 올라야 한다
- 종아리 둘레가 남성 33cm, 여성 32cm 이하이다
- 악력이 남성 28kg, 여성 18kg 미만이다
- 물건을 들거나 걸을 때 예전보다 확연히 힘이 딸린다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대한재활의학회).
근육자산이 무너지면 당뇨, 심장까지 흔들립니다
근감소증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힘이 없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근육이 빠지면 좀 약해지는 거 아닌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흡수한 당(포도당)의 처리를 근육이 무려 50%나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당뇨 위험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세포가 혈당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을 낮추는 열쇠가 있어도 자물쇠가 고장 난 셈입니다. 근육이 줄면 이 자물쇠가 점점 망가지는 구조입니다.
더 무서운 건 뇌혈관 질환과의 연결고리입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근감소증이 급속도로 진행됩니다. 실제로 뇌졸중 환자의 40% 이상에서 근감소증이 동반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누워만 있는 동안 근육이 빠지고, 근육이 빠지니 재활이 힘들어지고, 재활이 힘들어지니 다시 누워야 하는 악순환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고리가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지는 주변에서 부모님 재활을 지켜보지 않으면 체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개념이 마이오카인(Myokine)입니다. 마이오카인이란 근력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염증 물질을 억제하고 인슐린 효율을 높이며 지방 분해까지 돕습니다. '근육이 만들어내는 만병통치 호르몬'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입니다. 근감소증은 낙상·골절, 골감소증,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까지 이어지는 연쇄 도미노이며, 이 도미노를 막는 핵심이 바로 근육 유지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예방운동, 산책만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운동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하루 30분 산책을 떠올립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운동 방식을 바꿔보니, 산책과 근력 운동은 몸이 반응하는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느릿한 걷기는 심폐 기능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파워워킹(Power Walking) 수준의 걷기가 필요합니다. 파워워킹이란 빠른 보행 속도를 유지하면서 팔을 크게 흔들고 복부에 힘을 준 채 걷는 방식으로, 1시간 30분 안에 4km 내외를 소화해야 제대로 된 유산소 운동이 됩니다. 가볍게 걷는 것과는 체감부터 다릅니다.
근력 운동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 편심 수축 운동(Eccentric Exercise)입니다. 편심 수축이란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동작, 즉 원래 자세로 돌아갈 때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버티는 운동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까치발을 든 뒤 5초간 유지하고 천천히 내려오는 동작이 대표적입니다. 이 방식이 일반적인 구심 수축보다 근섬유 자극이 크고 근육 비대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 방식을 넣어봤는데, 같은 시간을 운동해도 다음 날 자극되는 부위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특히 근감소증 예방에서 집중해야 할 대근육(大筋肉)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척추기립근 — 척추를 곧게 세우는 등 근육으로, 약해지면 구부정한 자세와 혈액순환 문제로 이어집니다.
- 둔근 — 엉덩이를 감싸는 근육으로, 전체 근육의 약 1/3을 차지하며 보행 안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대퇴사두근 — 허벅지 앞쪽 근육으로, 무릎 관절을 보호하고 계단 오르기, 앉았다 일어서기 같은 일상 동작을 담당합니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단백질 섭취입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단백질 합성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체중(kg)과 동일한 수치(g)의 단백질을 매일 보충해야 합니다. 체중 60kg이라면 하루 단백질 60g이 필요합니다. 달걀 여덟 개, 고등어 반 마리, 두부 네 모 중 선택하거나 조합하면 하루 권장량을 맞출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인 지금, 근육을 만드는 건 '더 좋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10년 후, 20년 후의 제가 넘어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직접 걸어다닐 수 있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보이는 근육이 아니라 버티는 근육을 지금부터 쌓아야 할 이유입니다.
아직 아프지 않은 지금이 사실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근감소증 가능 단계는 잘 관리하면 되돌릴 수 있는 기회의 구간입니다. 종아리 둘레 한 번 재보는 것, 악력기 한 번 쥐어보는 것, 오늘 저녁 달걀 하나 더 챙기는 것.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다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선택지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